일상 속 합성 고분자(3)

1. 방탄복과 항공기 타이어

 

방탄복이 총탄에 뚫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방탄복의 섬유 강도가 총탄의 에너지를 받아도 전혀 파열되지 않을 만큼 높기 때문이다. 또한 비행기의 경우 이륙 시 시속 340km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이때 타이어가 받는 단위 면적당 에너지는 총탄과 맞먹는다. 항공기의 타이어는 이런 높은 운동 에너지를 견뎌내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칼, 창 등 강철 소재들은 강도가 높지만, 무게가 매우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데, 이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총탄을 전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철섬유가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자동차나 항공기 타이어의 고무 물성을 강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 강화 섬유의 단점은 고무와의 접착력이 약하고 무게가 무겁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이 부분이 화학 섬유로 대체되고 있다.

 

화학 섬유는 강철섬유보다 강도가 부족할 것 같지만, 동일한 굵기로 비교하면 폴리벤족사졸 섬유는 약 16배, 아라미드 섬유는 약 4배의 강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항공기 타이어의 강화 섬유와 방탄복에는 주로 아라미드 섬유가 사용되고 있으며, 폴리벤족사졸 섬유는 비용이 너무 비싸 대량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우주 산업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다.

 

나일론 66 제품은 약 2배의 강도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 듀폰사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낙하산 제조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현재는 스타킹 소재로 많이 쓰인다. 아라미드 소재는 항공기 타이어와 방탄복 외에도 요트의 돛, 고성능 낙하산, 테니스 라켓의 실 등에 사용되며, 현재도 계속 개발 중이다.

 

이 소재들이 강철섬유보다 우수한 강도를 가지는 이유는 화학 구조에서 기인한다. 나일론 66은 아마이드 결합을 가지고 있으며, 아라미드는 아마이드 결합 외에 단단한 벤젠 고리를 가지고 있어 나일론 66보다 강도가 높다. 폴리벤족사졸은 벤젠 고리에 또 다른 고리가 붙은 커다란 고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 더욱 강력한 강도를 나타낸다.

 

2. 위생 장갑

 

가정에서 요리를 위해 사용하는 비닐 장갑, 일명 위생 장갑은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매우 얇고 투명성이 우수한 장갑이다. 고무장갑과 달리 끈적거림이 없어 착용과 탈착이 편리하여 사용하기 좋다. 폴리에틸렌 장갑은 고무가 아닌 결정성 플라스틱으로 제작이 용이하다. 다만 미끄러운 표면으로 인해 물건을 잡을 때 놓칠 우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미세한 홈을 만들거나 미끄럼 방지제를 첨가하기도 한다.

 

이 폴리에틸렌 장갑은 특별한 성질을 구현하기 위해 추가 처리가 필요하지 않아 고무장갑보다 첨가제를 적게 넣는다. 그럼에도 우수한 물성을 가지고 있어 요리를 할 때 흔히 사용된다. 다만, 가열된 식용유와 장시간 접촉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폴리에틸렌 장갑에도 저분자 화합물이 일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요리 중 사용하는 것은 고무장갑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3. 커피믹스

 

커피믹스의 인스턴트 커피는 널리 이용되는 식품이다. 막대 모양에 순차적으로 채운 커피 차례대로 포장해서 만든 것으로 손쉽게 휴대하며 맛있는 커피를 언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에 커피를 마시기 힘든 어린이들을 제외하고 커피 인구라면 거의 모든 세대가 애용하는 음식일 것이다. 이 커피믹스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컵과 뜨거운 물만 있으면 수시로 커피를 타 마실 수 있다. 이렇듯 손쉽게 커피를 타서 마실 때 이 스틱형 포장지를 티스푼 대신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뜨거운 물속에 넣고 저어 먹을 때 과연 안전할까? 그 답이 궁금하면 소재와 화학구조를 확인해 보면 된다. 커피믹스의 포장지는 폴리에틸렌 결정성 고분자이다. 폴리에틸렌 결정성 고분자는 첨가제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표면 코팅 처리된 잉크도 친유성으로 가교되어 있어 뜨거운 물에 잠시 담긴다고 하여 유해 물질이 방출될 정도는 아니다. 몇몇 사람들은 플라스틱의 소재에 대한 안전 불감증으로 커피를 저을 때 티스푼이나 스테인리스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커피잔으로 스테인리스 소재를 많이 선택하고는 하는데 안전한 재료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소재는 크롬 산화물층에 덮여 있어 산소의 침투를 막아주기는 하지만 산에 약해 벗겨질 염려가 크다. 그래서 신김치와 같은 산성 제품을 오래도록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